조선족도 동포다
-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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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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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5
- 작성자
- 윤**
조선족도 동포다
-법무부의 재외동포법 개정안에 대하여
지난 8월 외국인이주노동자를 위한 고용허가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를 통과 하였다. 비로소 이주 노동자들의 오랜 숙원이 해결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는 그 시작부터 너무나 불완전한 절름발이 법안이다. 우선 기존의 \'불법체류\'를 양산하고 \'인권유린\'의 제도라고 비판 받아온 \'산업연수생제\'와 병행실시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로는 노동자들의 작업장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셋째로, 기존의 \'미등록이주노동자\', 소위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안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 점은 우리 조선족 동포들이나 여타의 이주노동자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2003년 3월\'을 기준으로 \'4년\' 이상 체류한 자들은 모두 돌아가야 하며, \'3-4년\' 된 자들도 일시 출국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입국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기존의 체류기간과 합하여 \'5년\' 이상 머물 수 없다는 것이다. 불법체류자란 신분으로 늘 불안해하며, 그 점을 악용당하여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을 당해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법 시행을 앞두고 모두 \'출국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공공연히 \'강력단속\'을 펼치겠다고 으름장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조선족은 한국에 왜 왔는가?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굳이 한국 땅에 온 이유는 이 곳이 본인들과 같은 언어, 동일한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그들의 \'부모, 조상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이 곳 대한민국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고 있는가? 말로는 동포라고 하면서 \'장시간, 저임금\'의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지 않은가? 때론 임금체불도 당하며 살지 않는가?
왜 이들이 이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가? 그것은 바로 이들의 정체성에 관한 물음일 것이다. 이들이 말로는 동포이지만 \'법\'으로는 동포가 아니기 때문이다.
곧 현재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로는 동포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전 세계 150여 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그 중 \'중국\'과 \'러시아를 위시한 독립국가연합\'에 살고 있는 이들만 법적으로 동포가 아닌 것이다. 이것은 재외동포법이 제정되던 지난 1999년 9월에 정부에 의해 의도적으로 자행되었다. 그리하여 결국 불평등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기에 이른다. 그래서 금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든지 폐지해야만 하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정부는 동포의 범주에서 조선족 동포들을 제외시킨 불평등한 법 조항을 개정하여 \'동포는 동포\'로서 평등하게 대우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부모의 고국에서 설움과 고난에 시달리는 우리 조선족 동포들의 한을 풀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계속해서 기만적인 정책으로 조선족 동포들을 울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고용허가제’나 중국동포를 위한다는 ‘취업관리제’가 그것이다. 이러한 정책으로 과연 얼마나 혜택을 받을 것인가? 오히려 이러한 제도는 조건을 내세워 \'송출 브로커\'들만 살찌우는 일이다. 우리는 이런 기만적인 술수에 분명 반대하며, 차별 없이 \'동포는 동포\'로 인정하고 대우해 달라는 것이다.
조선족은 현재 자식이 보고 싶어도, 가족이 상을 당해도 오갈 수 없다. 한번 입국하는데 드는 송출비용이 한화로 \'천 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한국에 와선 온갖 설움 속에서도 빚을 갚기 위해 몇 년간 \'불법\'이라는 굴레를 쓰고도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사는 동포들처럼 ‘재외동포체류자격(F-4)’ 비자를 받는다면 굳이 입국하는 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법무부에서 나온 개정안을 보면 기존의 시각과 달라진 것이 없음을 보게 된다. 우선 조선족을 중국 공민으로 간주하는 중국의 강력 반발이 우려된다는 ‘외교통상부’의 논리를 앞세운다. 또 안보의 우려와 불법체류자 양산 및 국내 노동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국정원’과 ‘노동부’의 우려를 내세운다. 그 밖에 이 법이 외국국적동포와 외국인들과의 인종, 민족 등에 근거한 각종 차별을 금지하는 ‘세계인권선언’, ‘인권규약’, ‘인종차별철폐협약’ 등에 위반 소지가 있음을 이유로 지금의 ‘과거국적주의’의 논거를 버리지 못하고 ‘혈통주의’에 따른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동포로서의 ‘차별’은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조선족은 역사적으로 ‘생존’을 위해서와 일제하 ‘독립운동’을 위해서, 그리고 주권을 잃은 정부의 무능함으로 인해 ‘강제이주’를 당하면서 형성되어 왔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위해 헌법 전문에 인용하는 ‘상해임시정부’에서 발행하는 ‘국채’를 사 주었고, ‘세금’을 내었던 자들이다. ‘안보’와 ‘경제’논리에 좌우되어선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부는 관계부처들의 올바른 협의를 통해 ‘역사’에 근거하고 ‘평등’의 원칙에 기초한 재외동포법의 올바른 ‘개정’의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9월23일 법무부의 재외동포법 개정안의 입법고시는 민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참람한 마음을 갖게 한다. 그간 재외동포법 제2조 2호와 동법 시행령 제3조 ‘외국국적동포의 정의’가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2003년 12월 31일까지 개선 권고를 받았다. 즉 올 연말까지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주무부처인 법무부에서는 2003년 9월 23일자로 개정안을 입법고시했다. 그런데 이 법무부의 개정방안을 보고 있노라면 어처구니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금번 법무부가 내놓은 재외동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조항인 법률의 제2조 2호를 그대로 둔채, 동 시행령과 시행규칙만의 개정이라는-상위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결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개선명령의 불이행이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개정만으로는 헌법재판소에서 요구한 법개정을 대신할 수 없다. 이는 실제로 법개정을 하지 않겠다는 숨은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며 분명 법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헌재판결의 의도를 회피하는 법무부의 의도는 무엇인가? 낮은 수위로 안을 내어서 각계의 반응과 입장을 떠보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진정 재외동포법의 폐지를 바라는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시행령 개정안에서조차 현행의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국외로 이주한 자중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자’ 라는 조항을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 라고 표현만 바꾼 것이다. 이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셋째, 동포의 범위를 2대까지로 제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조선족동포나 고려인동포사회는 아직도 우리 동포들끼리 결혼하여 3.4세를 이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민족학교를 세우고 민족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가꾸고 지켜온 동포들은 지금껏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답답하여 도무지 말을 잇지 못할 노릇이다.
넷째, 법무부는 금번 개정안에서 출입국관리법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개정을 통해 추가적인 출입국 제한조치를 만들어 ‘단순노무행위 등 취업활동’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장관이 고시하는 불법체류다발국가(중국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20개국)의 외국국적동포에 한해 ‘재외동포체류자격(F-4)’ 신청시에 연간 납세증명서, 소득증명서 등의 소명서류를 첨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동포들의 입국을 막기위해 소위 ‘과거국적주의’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잘살면 동포이고 못살면 동포가 아니란 말인가? 양심있는 사람이라면 핏발이 설 일이다.
다섯째, 동포임을 증명하기 위해 호적과 제적을 요구하는 점을 들 수 있다. 한 민족의 이동은 그 시기에 따라 경로와 이유가 다르다. 때문에 세계 어느 민족이라도 그 이주의 역사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법무부의 개정안은 이러한 사항을 간과하는 역사적 몰이해를 기반하고 있다. 법체계가 엄연히 다른데도 불구하고 근거도 없이 호적법을 들먹이고 있다. 그렇다면 1922년 이전에 이주한 동포는 동포가 아니란 말인가?
이상과 같이 법무부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면, 결국 현행법에 의해 동포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 조선족동포들과 구 소련의 고려인동포 등을 배제한다는 뜻이 명백하다.
금번 법무부의 개정안은 나라가 힘이 없어 보호하지 못했던 이들과, 생존을 위해 나라를 떠났던 이들과, 국권을 되찾기 위해 일제에 항거했던 이들에 대한 반민족적, 몰역사적 행위이다. 오히려 차별받던 동포들에게 다시한번 상처를 주는 일이다.
다시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과연 현행법의 개정을 ‘평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예고하고 있는가? 동포규정에 있어 현행 ‘과거국적주의’를 그대로 고수하는 한 결코 긍정의 대답을 기대할 수 없다. ‘혈통주의’에 입각해 법을 개정해야 ‘모든 동포들이 동포로 평등하게’ 고국에서 동포의 법적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번과 같은 법무부의 개정안은 폐기되고, 부디 재외동포법이 헌법정신에 입각해 평등히 개정되어 이 나라 이 민족의 역사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할 일이다.
2003년 9월 29일